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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편 : 부르고뉴와 보르도 와인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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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와인과 부르고뉴 와인


 

 

보르도는 프랑스의 남서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지역 이름이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와인 생산 지역으로서 품질이 우수한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세계 곳곳에 수출하고 있다. 메독(Médoc), 그라브(Grave), 바르삭(Barsac), 쏘테른(Sauternes), 뽀므롤(Pomerol) 그리고 쌩떼밀리옹(St- Émilion) 등 유명한 포도 산지를 두고 있다. 연간 550만 헥토리터의 와인을 생산하는 보르도는 그 역사 또한 깊어 와인 생산의 기원을 살펴보면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이 지역 와인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건 8세기 경이라고 한다. 영국의 헨리 2세는 1152년 아키텐(Aquitaine)의 엘레노르(Eleanor) 공작과 결혼하였는데, 지참금으로 받은 것이 보르도였다고 한다. 이때부터 보르도 와인을 영국으로 수출하기 시작했고 영국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오늘날까지도 ‘와인 하면 보르도’ 또는 ‘전 세계 레드 와인의 중심적 존재’라 할 정도로 보르도 와인은 세계 최고 와인 생산지로서 그 명성을 굳히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와인 생산국들이 보르도 와인의 맛과 양조기술, 품질등급 관리 등 모든 생산방식을 모방하고 있어서 ‘와인의 교과서’와 같은 전형을 이루었다. 


 

 

그렇다면 보르도 와인이 이처럼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보르도 와인의 장점은 무엇이고 명성의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르도와 함께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을 비교해보아야만 한다. 프랑스 와인의 전통을 함께 지켜나가는 동지이자 라이벌인 부르고뉴 와인을 함께 비교할 때만이 보르도 와인의 개성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르도와 부르고뉴, 이들은 세계 와인의 양대 산맥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역사와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고 있다. 그래서 와인의 입문 단계에서 보르도나 부르고뉴 어느 한쪽만 이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보르도 와인을 알고자 한다면 부르고뉴를 통해 비추어봤을 때 보르도의 개성이 더욱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지금부터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특성을 비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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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치와 기후]


 

 

보르도는 앞에서 말했듯 프랑스의 남서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기후 또한 온화한 대서양 기후다. 더운 해류인 멕시코 만류의 영향을 받고 지롱드(Gironde) 강 안쪽으로는 만과 강, 그리고 서풍을 막아주는 랑드(Landes) 숲이 있어서 매우 온화한 기후다. 이러한 온화한 기후의 영향으로 생장기 포도가 성숙하는데 큰 문제가 없게 된다.


 

 

반면 프랑스 중동부에 자리한 부르고뉴 지방은 대륙성 기후를 보인다. 혹독한 겨울과 봄 서리의 영향을 받는 대륙성 기후에서 어떻게 훌륭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곳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포도밭들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어서 서리 피해로부터 보호를 받고 서풍을 피할 수 있으며 최소한의 일조량을 보장받기에 좋은 품질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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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포도 품종과 양조방식]


 

 

먼저 보르도의 포도 품종을 살펴보면 레드 와인 품종으로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까르메네르(Carménère)가 있고 백포도주 품종으로는 소비뇽 불랑(Sauvignon Blanc)과 쎄미용(Sémillon)이 있다. 


 

 

보르도에서는 전통적으로 적어도 두 품종 이상의 포도를 일정 비율 섞어 와인을 제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아썽블라주(Assemblage)라고 하는데, 각 품종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관건이다. 어느 포도 품종을 사용하고 무슨 비율로 섞었는지에 따라서 와인의 맛은 달라지기 때문에 양조자들은 품종의 선택과 비율이 유명 포도원의 명성을 지켜주는 노하우라고 여기고 있다. 보르도에서 양조학이 발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르도에서 양조 기술이 발달했다면 부르고뉴는 ‘떼루와’(Terroir)라는 개념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다. 떼루와는 포도원을 특징짓는 자연요소 전반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자면 토양, 자연환경, 토질, 방향, 위치, 지형학적 조건 등을 말한다. 같은 품종이라 하더라도 몇 미터를 사이에 두고 와인 맛이 달라지는 건 이 떼루와의 영향이다. 이러한 특징이 가장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지역이 바로 부르고뉴이다. 피노 누아 혹은 샤르도네 단일 품종으로 와인을 양조하는 탓에 다른 지역보다도 포도밭의 개성이 와인에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부르고뉴에서는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는 샤르도네(Chardonnay)와 알리고떼(Aligoté)를 사용하고 있고 레드 와인 품종으로는 피노 누아(Pinot Noir)와 갸메(Gamay)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네 가지 품종 모두 대부분 단일 품종으로만 사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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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샤또(Château)와 끌로(Clos)]


 

 

보르도 와인 가운데에는 ‘샤또 마고(Château Margaux)’,  ‘샤또 딸보(Château Talbot)’ 등등 “샤또”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와인이 많다. 샤또는 원래 성 또는 대저택을 의미한다. 와인을 이야기할 때는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양조하는 포도원을 의미하는데 이는 과거 보르도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보르도가 영국 영토였던 시기에 이 지역의 와인은 상류 계급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부유한 영주들은 대규모의 포도원을 소유해 영국으로 와인을 수출했다. 이때 자신들의 샤또 이름을 와인에 붙인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까지도 샤또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한편 부르고뉴에서 포도원과 와인이 본격적으로 질서와 안정을 잡아가게 된 건 중세 수도승들에 의해서다. 이 시대의 포도원은 수도원들의 정신적인 메시지와도 같았다. 와인은 미사주로 사용되었으며 각 교구의 재정을 채우는데도 역시 필요했다. 따라서 수도승들은 땅을 경작하고 와인을 생산하는데 주력했다. ‘끌로 드 부조(Clos de Vougeot)’처럼 “끌로”라는 명칭이 붙은 부르고뉴 와인을 간혹 접하게 되는데, “끌로(Clos; ‘담’이라는 뜻)”는 바로 수도원의 영지를 뜻하는 말이다.


 

 

프랑스 혁명 후 포도원은 국가에 몰수당했다. 흥미로운 것은 보르도와 부르고뉴가 이 사건 이후 전혀 다른 두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이다. 부르고뉴에서는 수도사들이 쫓겨나고 몰수한 포도원은 유복한 포도 재배자와 부르주아(Bourgeois)들에게 돌아간다. 이후 자녀들에게 상속할 때 각 자녀들에게 분할하여 나누어주어 몇 세대를 걸친 오늘날에 모자이크 판과 같은 포도밭이 되었다. 이와는 반대로 보르도의 재력이 있던 영주들은 외국으로 쫓겨가면서도 돈을 주고 사는 방식으로 몰수된 자신들의 포도원을 지켜냈다. 그리고 상속 시에도 포도원을 분할하기보다는 하나의 샤또가 그대로 명맥을 이었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도 후손들이 중세로부터 계속되어 온 샤또의 역사를 지킬 수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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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와인 등급]


 

 

프랑스 와인은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원산지 통제 명칭), VDQS(Vin Délimité de Qualité Supérieure; 우수 품질 제한), Vin de Pays(지방 와인), Vin de Table(테이블 와인) 이렇게 네 등급으로 나눠 구분하던 것이 오늘날 AOP(Appellation d'Origine Protégée; 원산지 보호 명칭), IGP(Indication Géographique Protégée), VDF(Vin de France)로 구분하여 와인의 품질을 차별화하고 있다. 그런데 보르도와 부르고뉴 지역에서는 AOC 등급을 더욱 세분화했는데 그 제도의 역사와 체계가 서로 다르다.


 

 

보르도에서, 특히 메독 지역에서는 AOC 와인 가운데 품질이 우수한 와인을 선별해 그랑 크뤼(Grand Cru, 특등급)란 칭호를 부여하고 있다. 1855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 출품을 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 오늘날까지도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랑 크뤼는 1등급부터 5등급까지 한 번 더 나누어져 있다. 현재 보르도 메독에는 87개의 그랑 크뤼 와인이 있다. 또한 메독 지역에는 크뤼 부르주아(Crus Bourgeois)와 크뤼 아띠장(Crus Artisans) 있는데, 그랑 크뤼에는 속하지 않지만 우수한 와인을 생산하는 샤또에게 지정된 것이다.


 

 

부르고뉴에서는 AOC 등급을 다시 4가지 등급으로 나누었다. 가장 우수한 품질의 그랑 크뤼 (Grand Cru, 특등급) 와인에서부터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 일등급), AOC 빌라주(AOC Village, 마을 이름이 명시된 와인) , AOC 레지오날(AOC Régionale, 지역 이름이 명시된 와인)까지,  떼루와에 따라서 등급을 매겼다. 보르도와 부르고뉴를 비교해보자면 보르도는 와이너리에 등급을 주었고 부르고뉴는 땅에 등급을 매겼다.

 

 

 

마지막으로, 보르도에서는 와인 등급 조정이 거의 불가능지만, 부르고뉴에서는 INAO에 등급 신청을 한 뒤 INAO의 심사를 거쳐 등급 조정이 가능하다.


 

 

흔히 보르도산은 와인의 왕, 부르고뉴 산은 와인의 여왕이라고 한다. 그만큼 보르도산과 부르고뉴산은 와인의 대표주자로서 서로 쌍벽을 이루고 있다. 왜냐하면 이 두 지역은 맛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제조 방식과 품질 관리 제도에 있어서도 아주 오래전부터 체계를 세우고 전통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와인 입문자들에게는 처음 거치게 되는 입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고, 애호가들에게는 소장품으로써의 명성과 전통을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지켜내고 있다.

 

 

 

 

글 : 비노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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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Vinocus]
부르고뉴는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이고 가장 복합적이며 가장 까다로운 명산지이다.
(CLIVE COATES, MW)
최근 들어 부르고뉴 애호가를 접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부르고뉴’ 와인을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마실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아니면 모처럼 기회에 구매한 와인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은데 그만큼 정보나 지식이 따라주지 못해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부르고뉴는 단일 품종을 사용하여 와인을 만들지만 마을 별, 끌리마 별, 크뤼에 따라 다양한 맛을 드러낸다. 끌리마(Climat)만 하더라도 부르고뉴에는 1,240여 개가 존재한다. 부르고뉴 와인이 다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다양한 떼루아가 존재한다. 부르고뉴는 떼루아의 산지다. 토양, 기후 그리고 인간의 상호 유기적 영향과 이들의 조합이 이루어져 부르고뉴 와인의 개성을 만든다. 그러므로 부르고뉴 와인을 즐긴다는 건 곧 그만큼 부르고뉴의 기후, 토양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부르고뉴 익스피리언스”에서는 부르고뉴의 모든 것을 소비자의 시각으로 기획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담아냈다. 부르고뉴 지식을 참고하여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제대로 골라보자. 또한 이 시리즈는 초보자를 대상으로 썼기에 조금 어려운 부분은 뒤로 미루어도 괜찮다. “이런 세계가 있구나!”하는 마음으로 읽어 나가 보자. 깊고도 넓은 부르고뉴 월드에 오신 걸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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